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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내화 인적분할을 택한 이유는 3세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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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내화가 물적분할 대신 인적분할 택한 이유는 지주사 시알홀딩스와 사업회사 조선내화로 인적분할 분할 이후 공개매수로 신설 조선내화 주식 매수로 이인옥 회장, 공개매수 참여해 경영권 승계 사전 작업으로 보입니다.

 

지난 1월 회사를 분할하겠다고 발표한 조선내화(제철‧제강 과정에서 필요한 내화물을 제조하는 기업). 여러 차례 분할 일정을 미루다가 드디어 오는 7월 1일을 기점으로 회사가 둘로 나뉘는데요.

 

조선내화는 인적분할 방식으로 회사를 쪼갠다고 발표했어요. 인적분할은 회사를 두 개 이상으로 쪼개면서 주식도 분할 비율에 따라 나누는 방식. 이때 주주들은 A와 B, C 등으로 나뉜 회사의 지분을 분할 비율대로 나눠 받습니다.

 

물적분할은 회사를 두 개 이상으로 쪼개면서 A 회사가 B, C 등 쪼개진 회사의 지분을 모두 가지는 방식. 이때 주주들은 A 회사의 지분만 가져요. 나머지 B, C는 A 회사가 100% 지분을 가지는 비상장회사로 남는 것이죠. 조선내화는 인적분할을 택했습니다.

 

지난 2020년 있었던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분할로 물적분할에 대한 주주들의 인식이 좋지 않았죠. 조선내화는 단순히 주주들의 눈치를 봐서 인적분할을 택했을까요? 곧 다가오는 분할 기일을 맞아 조선내화가 인적분할을 하는 이유를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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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내화 인적분할 공시 살펴보기

 

조선내화는 사업부문을  자회사 관리 및 신규 투자업을 하는 지주회사와 내화물 제조를 하는 사업회사로 쪼갤 예정. 존속회사이자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곳은 '시알홀딩스(가칭)'로 사명을 바꿀 계획. 분할신설회사는 이름을 그대로 '조선내화'로 유지하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신규 상장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지주회사 시알홀딩스라는 사명은 조선내화를 뜻하는 'Chosun Ref(refractories, 내화물)' 영문자의 앞 글자를 따왔습니다.

회사를 분할할 때 중요한 것이 분할비율이죠. 조선내화는 지난해 9월 말 별도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순자산 장부가액을 활용, 분할비율을 0.7036208(존속회사):0.2963792(신설회사)로 결정했어요. 여기서 순자산이란 기업 재무제표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을 말해요. 즉 남에게 빌린 돈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내가 가지고 있는 자본총계가 곧 순자산인것입니다.

내화물 제조가 이 회사의 중심사업인데 어째 중심사업에 대한 자산가치가 자회사 등을 관리하는 지주회사 가치보다 상대적으로 적죠. 내화물 제조부문은 지난해 조선내화 총 매출액(7980억원)의 75%(5956억원)를 차지할 정도로 상당히 비중이 큽니다.

그럼에도 신설회사의 분할비율이 작은 것은 내화물 제조부문이 차지하는 순자산 비중(30%, 3008억원)이 크지 않기 때문이에요. 반면 자회사 등을 관리하는 지주회사 시알홀딩스의 순자산(8010억원)은 34개에 달하는 종속회사 및 계열회사의 순자산가치까지 합산하면서 자연스럽게 분할비율이 커진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쪼개지면 현재 조선내화 주주들이 가진 주식은 지주회사인 시알홀딩스 주식 0.7주와 신설회사 조선내화 주식 0.3주로 쪼개져요. 만약 조선내화 100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70주는 시알홀딩스, 30주는 조선내화 주식으로 받는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헷갈리면 안 되는 점. 주식은 쪼개지지만 각 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그대로예요. 가령 100주를 보유한 주주의 지분율이 1%라면 시알홀딩스 및 신설회사 조선내화에 지분율은 변함없이 각각 1%라는 의미입니다.

 

 

유용하게 쓰이는 자사주 마법

 

현재 조선내화의 총 발행주식수는 4000만주예요. 이 중 800만주가 자사주인데요. 인적분할 시 3200만주는 분할비율대로 시알홀딩스와 신설 조선내화 주식으로 쪼개져요. 그렇다면 회사 총 발행주식수의 20%를 차지하는 800만주의 자사주는 어떻게 될까요?

인적분할을 하면 기존 자사주(20%)는 존속회사인 시알홀딩스가 가져가요. 이때 시알홀딩스가 보유한 자사주 비율만큼 신설 조선내화 신주를 배정해요. 신설 조선내화 신주는 시알홀딩스 소유예요. 

원래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고 시알홀딩스가 가져온 기존 자사주도 의결권이 없어요. 하지만 시알홀딩스가 받은 신설 조선내화의 신주는 의결권이 있어요. 따라서 시알홀딩스는 앉은 자리에서 신설 조선내화의 의결권 있는 지분 20%를 확보하는 것이죠. 이것을 '자사주 마법'이라고 부릅니다.  

특히 '마법'이라는 단어가 붙은 건 자사주를 활용해 자연스럽게 '총수일가 등 지배주주→지주회사→신설회사(사업회사)' 순으로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분기 기준 조선내화의 총수일가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60.52%예요. 이 지분율은 인적분할 이후에도 고스란히 총수일가의 지주회사 지분율이 되고, 여기에 자사주 마법으로 발생하는 지분 20%을 더하면 우호 지분율율이 합계 80%를 넘어요. 총수일가 등은 자사주를 활용해 신설 조선내화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이죠. 

올해 1월 조선내화가 인적분할을 발표한 건 그동안 인적분할 시 자사주 마법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요.

금융당국은 자사주를 활용해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현재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자사주 제도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어요. 자사주를 20%나 보유하고 있는 조선내화 입장에선 제도가 바뀌기 전에 자사주를 활용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인적분할 후 진행하는 공개매수 의미

 

자사주 마법을 동원해 총수일가 등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80%를 넘어서게 되지만, 조선내화의 인적분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조선내화는 분할 후 공개매수(특정기업의 지분을 주식시장 밖에서 공개적으로 사들이는 행위)를 통해 신설 조선내화 지분을 사들이겠다고 밝혔는데요. 즉 인적분할 이후 지주회사인 시알홀딩스가 신설 조선내화의 지분을 사들인다는 것입니다.

 

인적분할 후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사례는 여럿 있었는데요. 대표적으로 지난 2020년 아파트브랜드 아크로·e편한세상을 보유한 대림산업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DL(디엘)과 건설회사 DL이앤씨로 쪼갰어요. 분할 이후 DL은 신설회사 DL이애인씨의 지분을 공개매수로 사들였습니다.

표면적으로 인적분할 후 기업들이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건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 충족을 위해서인데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8조 2항 2호'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상장법인을 자회사로 둘 경우 30%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따라서 시알홀딩스가 자사주로만 확보한 지분율(20%)로는 공정거래법을 충족할 수 없어요. 공개매수를 통해 10% 이상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합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이유이며, 인적분할 후 기업들이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진짜 속내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예요. 조선내화의 지분구조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분기 기준 조선내화 총수일가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60.52%인데요. 하지만 현재 조선내화의 실질적인 총수이자 3세 경영자인 이인옥 회장의 지분율은 21.5%. 조선내화 2세인 이화일 명예회장의 지분은 14.48%로 아직 지분승계가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때 공개매수를 한다면 자연스럽게 3세 이인옥 회장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데요. 조선내화는 분할공시를 통해 신설 조선내화 주식을 공개매수로 사들이면서 '현물출자 유상증자 방식'을 활용한다고 밝혔어요. 즉 신설 조선내화 주식을 사들이는 대가로 지주회사 시알홀딩스의 신주를 지급하는 것입니다.

이때 이인옥 회장이 공개매수에 참여한다면 신설 조선내화 주식을 내주고 대가로 시알홀딩스 신주를 받아 자연스럽게 지주회사 지분율을 높일 수 있어요. 아버지로부터 직접 지분을 받아 증여세를 지불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이인옥 회장→시알홀딩스→신설 조선내화' 순으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이문성, 이윤우, 이서안 등 총수일가 4세들도 조선내화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도 이번 공개매수 참여를 통해 지주회사 시알홀딩스 지분율을 늘릴 수도 있어요. 증여세를 내지 않는 제2, 제3의 경로가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지분율을 조금씩 늘려 놓는 것이 향후 3세→4세로 이어지는 승계작업을 원활히 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소액주주는 공개매수에 참여해야 하나

 

조선내화는 이번 인적분할로 인해 지주회사 시알홀딩스가 신설 조선내화를 지배하는 형태로 기업 지배구조가 바뀌어요. 그래서 총수일가도 공개매수 참여를 통해 시알홀딩스를 중심으로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것인데요.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요. 조선내화가 공시한 증권신고서(분할)를 보면 이런 표현이 있어요. 

 

"다른 주주들의 (공개매수) 참여가 적을 경우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은 더욱 증가할 수 있습니다.…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즉, 신설 조선내화 소액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지주회사 시알홀딩스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공개매수 참여결정은 투자자의 판단 영역이에요. 또 소액주주 전부가 공개매수에 참여한다고 해도 회사가 모든 주주들의 지분을 매수하진 않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조선내화는 지난 4월 인적분할 및 공개매수로 줄어드는 소액주주 영향력을 고려해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내놓았는데요. 회사는 인적분할 후 주주가치 제고 및 주주환원을 위해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1주당 5250원의 차등배당(총수일가 등 지배주주는 1주당 4500원)을 시행한다고 밝혔어요. 또 공개매수 완료 후 총 발행주식수의 10%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현재 조선내화의 자사주는 총 발행주식수의 20%(800만주)로 분할 후 시알홀딩스는 800만주의 자사주(시알홀딩스 주식)를 그대로 보유해요. 따라서 자사주 10%를 소각한다면 시알홀딩스가 보유할 자사주 800만주 중 절반인 400만주를 소각한다는 내용입니다.

다만 향후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현물출자 유상증자로 시알홀딩스의 총 발행 주식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실제 시알홀딩스가 소각할 자사주는 400만주보다 적을 수도 있다는 것은 유의해야 할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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